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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정의 칸타빌레] Ben folds five - Brick.

아침 6시, 크리스마스의 다음 날. 나는 어둠속으로 옷을 던졌다. 차가운 냄새와 얼어붙은 자동차 시트, 고요히 잠들어 있는 세상. 때문인지 내 맘도 무감각 했다. 그녀의 아파트로 올라 갔다. 그녀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다행이 그녀의 부모님은 우리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를 몰고 나갔다. 그때 난 누군가를 발견했기에 전에 느낀 적 없는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일곱시 반, 그들이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주차장을 서성이고 이다가 그녀에게 줄 꽃을 사고 내가 받았던 선물을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녀는 모르고 있는걸까? 난 그녀가 목 맬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마 지금 그녀는 전에 느껴보지 못할 정도로 훨씬 더 외롭겠지.

그렇게 몇 주가 지났고 그녀는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그녀의 부모님이 이제 진실을 말해달라고 얘기했다. 우린 모두 거짓말하는 것에 지쳤기에 무너져 버렸다.

그녀라는 추를 안고 나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그렇게 우리는 해안가를 벗어나 목적지 없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이것은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실화이다. 내가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캐롤 대신에 듣게 되는 가슴 아픈 실화. 내가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벤 폴즈. 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Ben folds five의 전 멤버, 이름은 Ben folds five면서 막상 멤버는 3명뿐이었던 그룹의 보컬, 피아노 락의 거장, 이혼을 4번이나 한 바람둥이, 얼핏 폴메카트니를 닮은 똘기 다분한 천재 뮤지션. 이름을 붙이려면 얼마든지 지어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는 사람이다.

이 남자가 내가 사랑하는 남자이다. 못생기고 키도 작지만 피아노 앞에 앉아 있으면 주드로나 조니뎁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포스를 풍기는, 때문에 이렇게 생겼지만 결혼을 4번이나 한, 그리고 매번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는, 그러면서도 대중적으로 멀어지지도 않는, 내가 세상에서 꼭 한 번 만나고 싶은 한 남자.

벤폴즈의 음악은 철학적이고 난해하면서도 가슴을 후비고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역시 알아듣기 힘든 팝이기 때문일까? 멜로디만 듣고 있자면 그렇게 사람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 이 곡도 그러하다. 오히려 달콤하게 들리지만 가사를 알고 들어보면 이 멜로디에서, 그의 목소리에서, 가사에서 황량함과 겨울아침의 한기가 느껴진다.

Brick은 Ben folds Five 시절 그가 어린 시절 실제로 겪은 일을 모티브 삼아 만들었다고 한다. 코러스 부분은 벤폴즈 파이브의 드러머 Darren이 썼고 이 외의 부분은 벤 폴즈가 썼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러티브가 있는 가사. 그들을 나무라기엔 그들의 심경이 너무 잘 전해진다. 막상 그는 자다 일어나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침실에 마이크 몇 개 설치해 두고 부른 노래라는데 역시 노래란 머리보다 가슴으로 불러야 하는 건지 노래의 분위기까지 잘 살렸다.

특히 후렴구의 She's brick and I drawn slowly라는 부분은 당시 그들이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느껴지는데 여기서 Brick이라는 뜻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벽돌이라는 의미보다 무거운 짐으로서 내가 그녀라는 짐을 안고 천천히 물에 잠기고 있다고 생각된다. 돌이킬 수 없는 무거운 죄책감과 그들의 힘겨운 나날들이 철학적으로 담겨있다. 제목에 사용된 Brick은 그런 의미에서 사용한 것 같다.

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역시 벤폴즈라고 생각했다. 이런 자성적 가사를 쓴다는 것도 굉장한 대인배 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 노래를 듣고부터 나는 사람에 대한 아량이 넓어졌다고 할까? 무언가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 노래가 생각나는 것은 단순히 이 노래가 6 a.m dayafter Christmas로 시작하기 때문은 아니다. 가사를 알고부터 크리스마스에도 항상 행복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구나, 누군가는 지금 이순간도 고통과 갈등 속에서 하루를 맞이하고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나 생일, 이런 날들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오히려 더 외로워지고 불행하게 느껴진다. 때문에 생명의 탄생에 대한 축하의 의미를 지닌 크리스마스에 그 생명을 버려야 했던 어린 연인들의 이야기는 더 가슴 시리도록 만든다. 

크리스마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할 시간에 결코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게 그분이 이 세상에 오신 이유이자,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는 이유이니까. 

P.S. 이 곡은 올 초에 발매한 “Ben Folds Presents : University A Cappella!” 앨범에 프로듀서로 분한 벤폴즈가 미국 전역의 대학 아카펠라 동아리와 함께 작업한 아카펠라 버전 ‘Brick’도 수록되어 있다. 일각에선 피아노 없는 벤폴즈는 무효! 라고 외치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충분하니 비교하면서 들어보면 좋겠다.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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