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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머리맡에서 펼쳐지던 동화들은 언제나 우리의 기억속에 잠들어있다.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만났고,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진정한 사랑을 찾았고, 앨리스는 꿈에서 깨며 이상한나라를 벗어났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언제나 '행복했다'로 끝나는 동화는 한번도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준 적이 없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앨리스가 다녀온 이상한 나라도 꿈에서 깨며 끝이 났다. 앨리스의 모험은 단지 잠깐의 꿈일 뿐이었을까?

어린시절의 판타지가 돌아왔다. 카드 병정과 토끼가 말을 하는 나라, 붉은 여왕과 장미, 체스판이 펼쳐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6살에 '이상한 나라'를 모험한 앨리스가 13년이 지난 뒤, 다시 돌아왔다. 보다 성숙해진 앨리스는 어린 시절 '꿈'으로 여겼던 이상한 나라의 모험을 매일 밤마다 꿈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기억을 대부분 잃어버린 그녀는 이상한 나라에 가서 어떤 모험을 펼치게 될까?

팀버튼&조니뎁, 이름만으로도 가슴뛰게 하는 캐스팅


 어린 시절 읽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원작의 13년 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단순히 후속편에 불과할 수 있는 설정이지만, 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많은 대중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원더랜드', 즉 이 '이상한나라'를 잘 표현해낼 것이라 믿어의심치 않는 감독인 팀 버튼이 메가폰을 잡았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통해 연기의 폭을 넓힌 톱스타 조니뎁이 주연을(혹은 주연급 조연) 맡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신부', '스위니 토드' 등으로 잘 알려진 팀버튼은 지난 2008년작 '스위니 토드'를 함께 찍었던 조니뎁과 또다시 손을 잡았다. 

 조니뎁도 마찬가지다. 어떤 옷을 입어도 멋진 맵시를 뽐내는 헐리웃 톱스타일 뿐 아니라 해적이나 살인자 등등 다양한 배역을 통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이 배우에겐 개인적으로 무조건적인 신뢰가 있었으니 두 사람의 조합은 기대 200%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팀버튼은 워낙 기괴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는 감독이기에 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퀄리티는 이미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입체안경 쓰고 떠나는 팀버튼의 판타지월드

 두 배우를 중심으로 가졌던 기대는 '혹시나'가 아닌 '역시나'였다. 역시 팀버튼&조니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만족스럽다. 이 영화는 국내 박스오피스 최다 관객을 기록한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처럼 '리얼디'라고 하는, 입체상영이 가능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화면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입체안경을 쓰고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필자도 이 속칭 '리얼디'로 관람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스토리라인은 대체적으로 평이하다. 근본적인 선악구조를 가지고 있고, 앨리스가 일종의 영웅형태로 그려져 충분히 스토리를 예상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중요한건 스토리라인이 아니다. 팀버튼이 그려내는 '이상한나라'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리얼디 관람을 권하고 싶다. 팀버튼이 만들어 낸 이 환상적인 세계를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서다. 카드나 토끼, 괴물 등등 다양한 캐릭터가 알록달록 화려한 배경위에서 러닝타임 내내 실감나게 움직이는 이 영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다채롭고 화려한 색상들이 캐릭터와 배경을 넘나들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재미란...


팀버튼답지 않아 더 기대되는 영화


 외부의 평가도 그렇지만,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답지 않은' 작품이다.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기괴하고 알아듣기 힘든 방식이 아닌, 매우 명료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현실로 돌아온 앨리스의 행동은 심지어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영화의 분위기 자체는 그간 그가 보여준 어딘지 어둡고 음습한 느낌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팀 버튼의 팬들이 당황할만한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보여준 '팀 버튼답지 않은' 모습을 오히려 환영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기억속에 가지고 있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토리를 되뇌이게 하면서 이 작품을 각인시키기에는 비교적 단순한 내러티브를 가져가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시각적인 즐거움에 있어서도 스토리가 단순한 것이 좋다.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아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한 '아바타'도 내용은 단순했다. 시각적 즐거움이 극대화되었을 뿐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의외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팀 버튼 영화'가 되었다. 시각적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그러나 가족단위로 단란하게 즐기며 볼만한 영화는 아닌 듯 싶다.

그리고 이 영화는 반드시 입체화면으로 감상해야 한다는 것, 잊지말자. 이 영화는 시각적 즐거움의 크기가 반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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