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유쾌한 상상력]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개인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온라인 신문사 사이트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보고 읽을 수 있는 스크롤 형식의 만화를 일컫는다. 원래 카툰은 주로 정치적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표현하는 한 컷짜리 만화를 지칭했지만 웹툰으로 발전하면서 웹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만화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에서 먼저 배포된 아마추어 작가들의 정기 단막 연재물을 웹툰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정기 단막 연재물이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올려진 분량 내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일단락되며, 캐릭터와 배경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형식을 일컫는다.
웹툰의 정의에서 웹툰의 서사적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정기적으로 연재’된다는 <지속성>과 ‘스크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수직적 독서동선>이다.
정기적으로 연재되는 웹툰의 지속성은 TV드라마의 일일 시트콤 형식과 유사한데, 두 장르 모두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설정에 성공한 성격(혹은 이미지)이 상황과 겹쳐지면서 발생하는 희비극적 요소를 서사 구성의 중요한 원리로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과 누적을 통해 형성된 캐릭터라이징은 서사를 이해하고 의미를 해석하는데 유효한 단서를 제공한다. 따라서 지속성은 캐릭터라이징을 확립하는데 중요하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단공간으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네이버 웹툰에서 성공한 웹툰들은 한결같이 캐릭터라이징에 성공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의 ‘불사조’나 <마음의소리>의 조석, <스쿨홀릭>의 신샘은 이미 캐릭터 자체가 명사형이 되었다. 이들 웹툰들이 독자의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을 지속적으로 연재하면서 확고한 캐릭터라이징을 독자들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캐릭터라이징은 웹툰의 아이러니 서사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쿨홀릭>의 주인공 신샘은 어느날 미술실에서 야동을 보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한다. 학생들을 혼 낸 신샘은 야동이 든 USB 폴더를 삭제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흔적도 없이 삭제해주마”라고 말하면서 실제는 Ctrl-X 키를 눌러 복사한 후 Ctrl-V로 붙여넣기를 하고 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의 여백은 신샘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면서도 온라인게임을 좋아하고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철없는 30대라는 캐릭터라이징에 의해 채워진다. 웹툰의 독자는 문학 독자와 달리 상상하려고 하지 않는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한 인터넷에서 문자와 그림으로 이이러니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으로 여백을 메꾸는 방식보다는 캐릭터라이징으로 여백을 설명하는 방식이 더 유효할 수 있다.
웹툰이 스크롤바를 이용한 수직적 독서 동선을 인터페이스화 하고 있는 것도 서사적 특징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수평적인 방식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방식은 단순한 시각 운동의 차이만이 아니라 서사 구조의 이해와 해석에도 영향을 준다. 페이지로 구성된 문자 인터페이스와 달리 인터넷 인터페이스는 페이지가 없다. 마우스 휠을 조정해 스크롤바를 내리는 그 만큼이 한 페이지에 해당하는데 숫자로 표시되지 않기에 서사경험이 선형적으로 조직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평적 독서동선에서는 페이지를 따라 앞으로 가면서 독서가 이루어지지만 수직적 독서동선에서는 앞뒤가 위 아래로 교체되면서 시간성이 제거된다. 시간성이 제거된다는 것은 서사기억이 누적되지 않고 휘발된다는 것이다. 결국 남는 건 캐릭터라이징 뿐이다.
<와라! 편의점>의 편의점 점장님은 소녀시대의 광팬이다. 어느 날 본사에서 행사용으로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내려 보냈는데 주인공이 일하는 편의점은 브로마이드를 부착하지 않았다. <장면 1>은 왜 안 붙였냐는 본사 직원 말에 대한 주인공의 대답이다. 스크롤 바를 내리면 <장면 2>가 나오는데 자신이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전부 집에 가져간 사실을 모른다고 생각한 점장이 본사 직원에게 브로마이드를 더 보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다.
"|<장면1>|cfile4.uf@20445A264B6614B943666B.jpg|width="169" height="127" alt="<장면2>"|<장면2>'>
<장면 1>과 <장면 2>는 위아래에 위치해 있지만 어떤 장면을 먼저보고 나중에 보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아이러니는 소녀시대 광팬이라는 점장의 캐릭터라이징을 통해 발생하였고 스크롤바의 움직임은 그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웹툰에서는 순서대로 읽는다는 것이 아무 의미 없다. 스크롤바는 순서대로 읽기 위한 인터페이스가 아니라 수시로 순서를 뒤섞기 위한 인터페이스이다.
지속성과 수직적 독서동선은 업데이트와 스크롤바라는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조화된 웹툰의 필요조건이며, 기왕의 아이러니를 확장 변주시키는 충분조건으로 기능한다. 지속성을 통한 캐릭터러이징, 수직적 독서동선이 보여주는 시간성 제거를 통한 비선형적 독서는 웹툰의 아이러니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이다.
웹툰의 발전 과정
웹툰의 장점은 분명하다. 주류 만화 잡지의 등단 절차나, 문하생 수업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작품을 바로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즉시성과 수월성. 그 직접성으로 인해 잡지의 편집 방침이나 소재의 제한과 같은 표현의 억압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율성. 제작비와 제작 공정상의 어려움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컬러 만화 등의 새로운 창작방법을 도입할 수 있다는 실험성, 창작 직후에 인터넷에 올리고 바로 독자의 반응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를 매우 가깝게 만든다는 대화성, 아마추어들의 일상적 상상력이 자유롭게 펼쳐진다는 확장성 등 기존의 만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신선함이 있다.
그러나 별점과 조회수의 덫에 작가 스스로 자유롭지 못하고, 유료화하기에는 ‘무료’라는 인식이 너무 강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려우며, 대형 포털사이트와 주종 관계가 형성돼 창작의 자유를 침해받을 수 있고, 정치적 무관심과 비판의식의 희화화가 우려되며, 몇몇 대형 작가 이외에는 생명력이 짧다는 단점도 있다.
이 같은 웹툰의 장점과 단점은 2000년 이후 웹툰의 발전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웹툰만의 독특한 미학적 구조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한국 웹툰 역사의 1세대는 다이어리 툰으로 요약되는 권윤주, 심승현, 정철연 등이다. 2000년대에 들어 만화가 지망생들은 온라인 환경에 발맞춰 자신들의 습작 만화를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이어리 툰(diary toon · 일기식으로 올리는 만화)을 올렸고, 네티즌들은 새로운 형태의 ‘무료’ 만화에 열광하였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스노우 캣’(www.snowcat.co.kr), 카툰 에세이의 원조 ‘페페포포 메모리즈’(www.noonbee.com),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해산물로 등장시킨 ‘마린블루스’(www.marineblues.net)가 1세대 웹툰의 대표작들이다.
이들 1세대 웹툰들은 개인 홈페이지를 이용해 독자와 만났고, 완성도 높은 작화 실력을 보여주었고,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캐릭터 상품으로 출시되는 등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터넷 만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초기 다이어리 툰 형식의 만화는 서서히 일정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극화(劇化)’형식으로 발전하였다. 강풀과 강도하로 대표되는 2세대 웹툰은 장편 만화의 형식을 빌어 감동적인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정기적인 연재 방식이 웹툰의 업데이트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부터인데 단행본 출판은 물론, 연극,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웹툰 2세대 만화가 강풀의 ‘순정만화’의 경우, 한 직장인과 여고생의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인터넷에 42회까지 연재됐으며,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는 2005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에 걸쳐 74회까지 연재되었다.
강풀과 강도하의 대중적 성공은 일회성으로 그칠 것 같았던 웹툰이 만화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경쟁적으로 웹툰 코너를 확대 개편하기 시작하였다.
오프라인 만화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뒤 이용자가 돈을 내고 보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아마추어들의 ‘습작 만화’ 사이트까지 따로 마련하여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에게는 고정 지면을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연재 형태도 변화시켜 개별 웹툰의 연재 요일을 정하는 등 만화 주간지의 성격을 가미하였다. 3세대 웹툰을 대표하는 조석, 지강민, 신의철, 김규삼 모두 네이버 웹툰 출신 작가이다.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단 공간으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는 네이버 웹툰의 초기화면 중 일부이다. 매일 10편 이상의 웹툰이 업데이트되며, 네이버 웹툰에 정식 등단을 기대하며 습작 코너에 작품을 올리는 작가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의 작가 조석도 포털의 아마추어 코너를 통해 등단한 경우다. 만화학과 휴학생이었던 조석은 군 제대 후 자신의 습작 만화를 인터넷에 올렸다. 2007년 7월 군대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군대 이야기와 휴학생의 일상을 만화로 그렸고, 연재 6개월 뒤 회당 조회수 100만이 넘어서자 포털측으로부터 정식 데뷔를 제안 받았다. 100회가 넘어서면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된 그의 만화는 출간 첫 주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베스트셀러 4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3세대 웹툰의 서사 전략
3세대 웹툰은 전 세대와 구분되는 분명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특징은 아이러니의 서사전략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먼저 일상성이다. 서사적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쇄 만화와 달리, 웹툰이 보여주는 세계는 지극히 ‘자전적’이다. 자신의 일상 중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만화로 옮기는 것이다. 조석은 전경으로 근무하던 자신의 군 생활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면 신의철은 중학교 미술교사였던 실제 경험을 살려 학교를 배경으로 <스쿨홀릭>을 연재하고 있다. 지강민은 편의점이라는 젊은 세대들의 일상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에서 소재를 취사하기에 공감대 형성에 용이하며 그만큼 젊은 독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주로 20대로 인쇄 만화 작가들의 평균 연령보다 훨씬 젊은 축에 속한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인터넷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세대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각종 트렌드나 실수담, 혹은 유머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감성과 일치한다.
두 번째는 ‘댓글’과 ‘펌’을 통한 실시간, 쌍방향, 광역 소통이다. 3세대 웹툰이 큰 파급력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이들이 기반에 둔 인터넷 문화가 큰 몫을 했다. 독자들은 그들이 본 웹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자신이 가는 또 다른 커뮤니티에 웹툰을 ‘퍼다 나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웹툰은 오프라인과 인쇄물이라는 제약을 가진 ‘인쇄 만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크로스오버(Crossover)적인 장르 파괴이다. 특정 장르에 억매이지 않고 다양한 속성들이 한데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귀귀의 <정열맨>은 무협, 코믹, 엽기, 학원, 명랑, 폭력 등 다양한 코드들이 한데 어우러져 무어라 규정지을 수 없는 독특한 세계를 연출해 내었다.
네 번째로 독특한 캐릭터와 엽기적인 상상력의 진화이다. 인쇄만화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소재들이 여과 없이 표현되고 대중문화 코드들을 텍스트 안으로 끌어들이거나 다른 작가의 상상력을 패러디하고, 작화보다는 상상력으로 승부한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는 ‘마소’로 불리며 ‘마소’를 마음의 소리로 이해하면 신세대이고, 말과 소로 해석하면 기성세대라는 유머가 회자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음의 소리>는 1세대나 2세대 웹툰에 비하면 형편없는 작화 실력을 보이지만 엽기적인 조석의 캐릭터라이징은 독자들의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 내고 있다.
다섯 번째로 독자 참여를 유도하여 견고한 커뮤니티 형성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과제를 준다거나 이벤트를 개최하여 작가와 독자 사이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하고, 포털은 독자가 점수(별점)를 부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객관적인 평가를 유도하고 골라보는 재미를 통한 경쟁구도를 형성하여 자사 웹툰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무거움 혹은 진지함에 대한 생래적 거부이다. 독자층의 눈높이에 맞춘 가벼운 서사로 일관하며,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은 있지만 유머나 해학 속에 숨어있어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고, 캐릭터 중심으로 진행되는 비인과적 서사이기 때문에 상황보다는 독자에게 각인된 캐릭터의 아이덴티티가 웃음 코드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이사장의 전횡이 심한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야단법석을 그려내고 있는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는 입시지옥, 재단비리, 사교육 열풍 등 민감한 문제를 소재화하면서도 무겁지도 진지하지도 않다. 단막이라는 형식상 역사에 대한 강풀의 부채의식이나 삶에 대한 강도하의 깊이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3세대 웹툰의 한계이기도 하다.
이용욱: 디지털 유목민
인생의 감동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고 비극도 웃음으로 말아먹는 전형적인 B형. 1990년 여름, 하이텔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가상공간을 떠돌아다니며 재미난 일을 만들고 즐기는 하이드씨. 인터넷에 재미삼아 집을 지었다 부셨다를 반복하다 지금은 디지털인문학포털사이트(http://www.inmunin.com)라는 대문만 거창한 집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는, 아무거나 재미난 것이면 조금씩 건드려보는 잡식형 인간이다.
인생의 감동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고 비극도 웃음으로 말아먹는 전형적인 B형. 1990년 여름, 하이텔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가상공간을 떠돌아다니며 재미난 일을 만들고 즐기는 하이드씨. 인터넷에 재미삼아 집을 지었다 부셨다를 반복하다 지금은 디지털인문학포털사이트(http://www.inmunin.com)라는 대문만 거창한 집에서 혼자 신나게 놀고 있는, 아무거나 재미난 것이면 조금씩 건드려보는 잡식형 인간이다.
'기획연재 > 재미@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웹툰, 그 소소한 일상의 유쾌한 재미 (0) | 2010/02/01 |
|---|---|
| 우화의 재미 (1) | 2009/12/21 |
| 코믹메이플스토리, 모험과 성장, 그리고 아동 문화의 반영 (1) | 2009/12/08 |
| 아버지와 아들 - 흥미와 신비로 둘러싸인 인간관계 (0) | 2009/11/30 |
| 칙릿소설과 재미 (0) | 2009/11/23 |
| 선플보다 재밌는 악플,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 (9) | 2009/11/16 |
copyrightⓒ선샤인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을 달아 주세요